Field Note
DDP 조건, 하역 중 사고는
누구 책임일까
크레인 스트랩이 끊어져 신품 장비를 전손 처리한 뒤, "위험은 정확히 언제 넘어가는가"와 "보험은 어디서 끝나는가"를 다시 확인했습니다.
그날 있었던 일
DDP 조건으로 진행한 장비였습니다. 목적지에 도착한 차량에서 크레인으로 장비를 내리던 중 인양 스트랩이 끊어졌고, 수억 원짜리 신품 장비가 그대로 땅에 떨어졌습니다. 결과는 전손 처리였습니다. 끊어진 스트랩은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.
장비가 떨어진 순간보다 그 뒤에 더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이 있습니다. 이 손해는 누구 몫인가. 계약은 DDP였습니다. 그렇다면 위험은 장비가 현장 문을 통과할 때 넘어간 걸까, 아니면 장비가 땅에 내려진 뒤에야 넘어가는 걸까. 그리고 그 시점에 보험은 정말 이 사고를 덮고 있었을까.
이 글은 그때 확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. 적재 계획서에는 나오지 않지만, 중량물·고가 장비를 다룬다면 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짚어야 하는 부분입니다.
DDP에서 위험이 넘어가는 시점
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아닙니다. 인코텀즈 2020의 DDP에서 매도인의 인도는 물품이 지정 목적지에 도착한 운송수단 위에서, 하역 준비가 된 상태로 매수인의 처분에 맡겨질 때 끝납니다. 위험도 바로 그 시점에 매수인에게 넘어갑니다.
즉 문을 통과한 순간도, 땅에 내려놓은 순간도 기준이 아닙니다. 트럭이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내릴 준비가 된 순간이 기준이고, 하역 자체는 DDP에서 매도인의 의무가 아닙니다. 인코텀즈만 놓고 보면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도중의 사고는 매수인의 위험 구간에서 일어난 일이 됩니다.
| 조건 | 매도인 인도·위험 이전 시점 | 하역은 누가 |
|---|---|---|
| DAP | 목적지 도착 운송수단 위, 하역 준비 상태 | 매수인 |
| DDP | 목적지 도착 운송수단 위, 하역 준비 상태 (수입통관·관세까지 매도인) | 매수인 |
| DPU | 목적지에서 운송수단으로부터 하역을 마친 때 | 매도인 |
D조건 가운데 매도인이 하역까지 책임지는 조건은 DPU 하나뿐입니다. "DDP면 매도인이 문 앞까지 다 해 준다"는 인식이 흔한데, 그 "다"에 하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.
현장에서는 왜 헷갈리는가
문제는 실제 현장이 인코텀즈 문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. DDP 거래에서 매도인이 크레인과 하역 인력까지 수배해 주는 일이 흔합니다. 그러면 위험은 매수인에게 넘어간 뒤인데, 작업은 매도인 쪽 사람과 장비가 하는 상황이 됩니다. 사고가 나면 양쪽 모두 "상대방 구간"이라고 말할 근거가 생깁니다.
여기서 구분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.
- 위험 부담 —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연한 사고의 손해를 누가 떠안는가. 인코텀즈가 정하는 것은 이것입니다.
- 과실 책임 — 스트랩을 누가 골랐고, 정격하중을 누가 확인했고, 인양을 누가 지휘했는가. 과실이 있으면 위험 부담과 별개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.
인코텀즈는 계약서에 적은 조건을 해석하는 규칙일 뿐이라, 계약서에 별도로 합의한 내용이 있으면 그것이 먼저입니다. "현장 반입", "설치 위치까지" 같은 표현이 계약서에 들어가 있으면 그 문구가 해석의 대상이 됩니다. 반대로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면 인코텀즈 원칙대로 갑니다.
보험이 끝나는 곳을 확인하라
그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보험은 가입 여부보다 "어디서 끝나는가"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.
- 적하보험의 종료 시점 — 개정 협회적하약관(ICC 2009)은 최종 목적지에서 운송차량으로부터 하역을 마칠 때까지를 담보 기간으로 두지만, 증권마다 문구와 조건이 다릅니다. 내 증권이 하역 중 사고를 명시적으로 담보하는지 문구로 확인해야 합니다.
- 피보험자와 위험 부담자가 맞는가 — DDP에서는 보통 매도인이 자기 위험을 위해 보험을 듭니다. 그런데 하역 중에는 이미 위험이 매수인에게 넘어간 뒤라, 매도인 이름의 증권으로 그 구간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.
- 크레인·하역 업체의 배상책임보험 — 이런 보험은 작업 중 들고 있는 화물처럼 업체가 보호·관리하는 재물의 손해를 보상 대상에서 빼는 경우가 많습니다. 그래서 수탁물이나 하역 중 화물 손해를 담보하는 특약이 따로 필요합니다.
정리하면, 사고가 날 수 있는 구간마다 "이 순간 보험이 걸려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"를 한 줄씩 짚어 보면 공백이 보입니다. 신품·고가 장비라면 감가가 없어 손해액이 곧 장비 가격이고, 그 공백은 특약 하나로 메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
스트랩이 끊어지는 흔한 원인
사고 원인은 현장마다 다르지만, 인양 스트랩(슬링)이 끊어지는 흔한 이유는 몇 가지로 모입니다.
- 인양 각도 — 두 가닥으로 들어 올릴 때 가닥 사이 각도가 벌어질수록 한 가닥에 걸리는 힘이 커집니다. 사이각 60°면 한 가닥이 장비 무게의 약 58%, 90°면 약 71%, 120°면 100%를 받습니다. 스트랩 사용하중(WLL)은 이 각도를 반영해 계산해야 합니다.
- 모서리 — 섬유 스트랩은 하중이 아니라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여 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. 장비 모서리가 스트랩에 닿는다면 보호대를 대야 합니다.
- 상태와 표시 — 사용하중 라벨이 없거나 읽을 수 없는 스트랩, 마모·절상·열 손상이 있는 스트랩은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.
- 중량 — 서류상 중량과 실제 중량이 다르면 모든 계산이 틀어집니다. 부속·연료·포장이 더해진 실제 무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.
하역 장비의 정격하중, 인양 지점, 하역 순서처럼 적재 계획 단계에서 함께 봐야 할 항목은 적재 가이드의 하역 체크리스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.
계약 전에 확인할 것
- 하역을 누가 하는가 — 매도인이 하역까지 책임지길 원하면 DPU를 쓰거나, DDP에 하역 조건을 명시한다.
- 크레인·스트랩·신호수는 누가 수배하고, 그 업체의 보험이 하역 중 화물 손해를 담보하는가.
- 적하보험 증권이 목적지 하역 완료까지 담보하는가, 피보험자는 그 구간에 위험을 지는 사람인가.
- 신품·고가 장비라면 하역 중 사고에 대한 특약을 추가할지 사전에 결정한다.
- 인양 계획 — 실제 중량, 인양 지점, 스트랩 사용하중과 인양 각도를 작업 전에 서면으로 확인한다.
함께 보는 자료
· 하역 장비·인양 지점·하역 순서 체크리스트 — 컨테이너 적재 가이드
· 무거운 화물의 컨테이너 선택 — 20ft vs 40ft 선택 가이드
· 크레인 상·하역이 필요한 오픈탑·플랫랙 — 컨테이너 종류 총정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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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송조건과 현장 위험 시리즈
· DDP 조건, 하역 중 사고는 누구 책임일까 (이 글)
· 중동 DDP, 수입 라이선스는 누가 가지고 있나
· EXW와 FCA, 공장에서 싣다 떨어뜨리면
· FOB·CIF, 본선에 싣다 떨어지면
· CIF와 CIP, 보험은 무엇을 덮는가